가성비 넘어선 11조 시장” 한국판 커클랜드, 유통 PB의 진화와 투자 전략

값싼 ‘미투 상품’에서 유통사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미국형 PB 모델로 진화하는 한국 시장 분석

국내 유통 시장에서 자체상표(PB, Private Label)가 갖는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PB가 경기 불황기에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공략하는 ‘값싼 대체재’ 혹은 ‘미투(Me-too) 상품’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대형마트, 편의점, 이커머스의 수익성과 충성 고객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브랜드로 격상되었다. 미국의 트레이더조(Trader Joe’s)나 코스트코(Costco)의 커클랜드(Kirkland)처럼 가격 경쟁력을 기본으로 하되, 프리미엄, 헬시, 차별화 콘셉트가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구분핵심 내용비고
시장 규모2024년 약 11조 5천억 원 (포장식품 기준)2030년까지 연평균 4.9% 성장 전망
핵심 변화‘저가 대체재’ >> ‘핵심 전략 자산’가격 경쟁력 + 프리미엄/헬시 결합
주요 플레이어이마트(노브랜드/피코크), 롯데(오늘좋은), 쿠팡(곰곰), 컬리(KF365)온/오프라인 전 채널 확장 중
성장 동력고물가, 1인 가구 증가, 가치 소비 확산유통사의 마진 확보 및 락인(Lock-in) 전략
투자 포인트유통사: PB 비중 확대에 따른 이익률 개선 확인
제조사: 포트폴리오 다각화된 ODM 기업 선별
단순 매출보다 ‘이익 기여도’ 집중
주의 사항유통사 의존도 심화 시 제조사 마진 압박 우려브랜드별 충성 고객(팬덤) 형성 여부 체크

1.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한 한국 PB 시장

한국의 PB 시장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거시적인 구조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PB 포장식품 매출 규모는 약 115억 달러(한화 약 11조 5천억 원)로 추산된다. 전체 식품 시장 내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시사한다.

성장 속도 또한 가파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 PB 포장식품 시장은 연평균 약 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체 식품 시장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일부 리포트에서는 식품과 음료 전체를 포함한 국내 PB 시장 규모를 2024년 약 188조 원대로 추산하며, 2033년까지 연 8%대의 고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카테고리별로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우유 등 유제품이 여전히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식물성 유제품 등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영역이다. 소비자들이 PB 상품에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찾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저가 중심에서 가치 소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채널이 곧 브랜드’… 유통 공룡들의 PB 전쟁

국내 시장에서 PB 전략은 곧 유통 채널의 생존 전략과 동의어다. 각 채널은 PB를 단순한 원가 절감 수단이 아닌, 고객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과 브랜드 포지셔닝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양동 작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2024년 평균 PB 비중은 8%대 수준이다. 특히 마진율 확보가 유리하거나 가격 민감도가 높은 냉동가공식품, 제지류, 음료 카테고리에서 PB 침투율이 높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3사는 ‘초저가 PB’와 ‘프리미엄 PB’ 라인업을 동시에 강화하며 가격 스펙트럼 전체를 자체 브랜드로 채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라는 확실한 투트랙 체제를 완성했다. 2015년 론칭한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성비”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 PB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2024년 기준 연매출 1조 3천억 원대를 돌파하고 2025년 상반기에도 8%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매장을 넘어 이마트24 편의점, 해외 점포까지 확장되는 ‘메가 PB’로 성장했다. 반면 피코크는 헬스케어 앱과 협업하거나 그래놀라, 오트밀 등 헬시 플레저 상품을 출시하며 시중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미식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롯데마트는 기존에 산재해 있던 PB 브랜드를 ‘오늘좋은’으로 통합하고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2025년 상반기 PB 매출 비중을 12%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HMR 브랜드 ‘요리하다’를 베트남 등 해외 매장으로 확장하며 K-푸드 PB의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전체 PB를 ‘심플러스’로 통합하고, 간편식 특화 브랜드 ‘홈밀’을 육성하는 등 ‘메가 PB’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과 이커머스: 1인 가구와 배송의 결합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마트24의 실험이 주목받는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24’라는 전용 라인을 도입해 기존의 대용량 노브랜드 상품을 편의점 주 고객층인 1인 가구 패턴에 맞춰 소용량으로 리뉴얼했다. 도입 2개월 만에 관련 점포 매출이 20% 가까이 상승하는 등, PB 상품이 목적 구매를 유도해 점포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PB는 수익성과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무기다. 마켓컬리는 ‘KF365’, ‘KS365’ 브랜드를 통해 콩나물, 우유 등 재구매율이 높은 기초 식재료와 HMR 카테고리를 장악했다. 특히 이커머스 PB는 로켓프레시나 샛별배송 같은 라스트마일 인프라와 결합해 “배송 편의성 플러스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력한 가치 제안을 형성하며 전국 단위 제조업체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3. 소비 트렌드의 변화: 가성비에서 가치 소비로

한국 PB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경기 불황의 산물이 아닌, 소비 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기인한다. 고물가와 실질 소득 정체 속에서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를 동시에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거품은 빼고 품질은 유지한” PB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1인 가구 800만 시대를 맞아 고단백, 저칼로리, 소용량 등 개인화된 니즈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PB’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HMR과 밀키트 시장에서도 PB는 초기부터 공격적인 진입을 통해 시장 성장의 과실을 공유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뚜렷하다. 과거 “PB는 저가, 저품질”이라는 공식은 깨졌다. MZ세대는 브랜드 네임보다는 성분과 디자인, 가성비를 중시하며, SNS를 통해 PB 히트 상품을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외식 프랜차이즈와 협업해 메뉴를 개발하는 등, PB는 이제 ‘브랜드 없는 상품’이 아니라 유통사가 보증하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진화했다.

4. 미국형 모델로의 진화와 전략적 시사점

한국의 PB 전략은 가격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며 미국 시장의 선진 모델을 닮아가고 있다. 월마트나 코스트코가 PB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듯, 국내 유통사들도 PB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의 커클랜드가 와인이나 치즈 등 프리미엄 영역에서 신뢰를 쌓은 것처럼, 국내 유통사들도 피코크나 요리하다를 통해 레스토랑 수준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단순 매출 증대를 넘어 유통 채널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또한, 특정 채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점적 PB 상품은 소비자를 해당 플랫폼에 묶어두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사와 유통사, 그리고 온라인 셀러에게 각기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제조사, 특히 화장품과 식품 ODM/OEM 기업에게 PB 시장 확대는 기회이자 위기다. 유통사의 PB는 마케팅비 부담이 적고 대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원이 된다. 그러나 유통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가격 협상력을 잃을 수 있으므로, 자체 브랜드 육성이나 해외 수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제조사가 개발한 PB 상품이 해외 리테일러로 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유통사와 플랫폼에게 PB는 수익성 개선의 레버리지다. 트래픽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채널은 PB를 통해 점포당 매출을 늘리고 경쟁 채널과 차별화할 수 있다. 이커머스는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PB 상품의 재구매율을 관리하며 플랫폼 락인 효과를 강화한다.

온라인 셀러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PB가 장악한 초저가 생필품 시장을 피해 프리미엄, 니치 마켓,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반대로 PB 제품을 리뷰하거나 비교 분석하는 콘텐츠를 통해 트래픽을 확보하고 제휴 마케팅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5. 향후 전망: 경계를 넘어서는 K-PB

향후 5~10년 한국 PB 시장은 ‘시장 점유율 확대’, ‘프리미엄화’, ‘카테고리 확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패키지드 푸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식물성 유제품과 건강 지향식품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화장품, 퍼스널 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유통사의 PB 수주가 늘어나고, 한국 유통사의 PB가 해외로 수출되는 ‘PB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국내 PB 시장은 ‘가성비’라는 1차원적 경쟁력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확장성을 논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사이트 분석

PB(Private Brand), 유통업의 ‘영업이익률’을 결정하는 키(Key)

이번 PB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 변화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브랜드 권력의 이동’과’수익 구조의 질적 변화’다.

과거에는 제조사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유통사를 압박하고 높은 마진을 가져갔다. 그러나 데이터와 물류, 고객 접점을 장악한 유통사가 고품질 PB를 내놓으면서, 제조사의 브랜드 프리미엄은 급격히 희석되고 있다. 유통사는 PB를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내재화하고,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쥐게 된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유통업의 고질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특히 이커머스에서 PB는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한다. 쿠팡이나 컬리가 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거나 추천 상품으로 띄울 때, 소비자의 전환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즉, PB 경쟁력은 곧 플랫폼의 수익 창출 능력과 직결된다. 향후 유통 기업의 가치 평가는 단순히 총거래액의 크기가 아니라, PB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며 이를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남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PB 시장의 확산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에 직접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1. 유통 섹터: ‘PB 비중’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라 유통주 투자 시 매출 규모보다 영업이익률 개선 추이를 확인하십시오. PB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높은 이익률을 방어하는 기업(예: 이마트, 편의점 우량주 등)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PB 강세가 두드러지므로 경기 방어주로서의 매력도 높아집니다.

2. 제조 섹터: ODM/OEM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체크하라 PB 시장 성장의 숨은 수혜주는 한국의 ODM 기업들입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가공식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ODM사는 유통사의 러브콜을 받습니다. 단, 특정 유통사에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기업은 피하고,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여 협상력을 유지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이커머스: ‘락인(Lock-in) 지표’로서 PB를 해석하라 이커머스 기업을 볼 때는 PB 상품의 재구매율과 충성 고객 비중을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히 싼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플랫폼의 PB 상품 때문에 유료 멤버십을 유지한다”는 고객층이 두터운 플랫폼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 쿠팡의 곰곰이나 탐사, 컬리의 KF365 등이 그 플랫폼의 해자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하십시오.


원조 PB시장 미국은 현재

*PLMA에 독점 제공된 서카나(Circana) 데이터에 따르면, 6월 15일로 끝나는 6개월 동안 프라이빗 라벨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 보면 매장 브랜드는 0.4% 증가한 반면, 전국 브랜드는 0.6% 감소했다.

PLMA 회장 페기 데이비스는 “올해도 매장 브랜드가 강한 성장 궤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소비자들은 매장 브랜드가 제공하는 품질, 가치, 혁신의 탁월한 조합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2025년 상반기 기준 매장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21.2%, 판매 수량 기준 23.2%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6월 15일로 끝나는 최근 52주 동안 매장 브랜드의 매출액은 9개 부문 중 7개에서 증가했다. 냉장식품이 13%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고, 이어 음료(+4.8%), 냉동식품(+3.8%), 일반 식품(+2.5%), 반려동물용품(+2%), 생활용품(+1.4%), 미용(+1.1%) 순이었다. 일반 잡화(-0.4%)와 헬스(-0.1%) 부문은 감소했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매장 브랜드가 앞섰다. 음료(+4.2%)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어 생활용품(+3.4%), 반려동물용품(+3.3%), 냉동식품(+2.1%), 냉장식품(+1.3%), 일반 식품(+1.2%), 미용(+0.4%), 헬스(+0.3%) 순이었다. 감소한 부문은 일반 잡화(-2.5%)가 유일했다.

PLMA는 2025년 전체 매장 브랜드 매출이 약 2,7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2,710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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